고혈압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처방받은 혈압약을 매일 꾸준히 복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시에 건강 관리를 위해 오메가3, 홍삼, 종합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제를 함께 챙겨 드시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이 영양제가 내가 먹는 혈압약과 상극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몸에 좋으라고 먹은 영양제가 오히려 약의 효능을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약효를 너무 강하게 만들어 저혈압 쇼크나 부정맥 같은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혈압약을 드시는 분들이 반드시 체크해야 할 '피해야 할 영양제 조합'과 '안전한 섭취 원칙'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목차
- 1. 절대 주의: 칼륨(Kalium)이 풍부한 영양제
- 2. 약효를 뻥튀기하는 자몽과 허브류
- 3. 저혈압 위험을 높이는 혈관 확장 성분들
- 4. 혈압약과 안전하게 먹는 시간차 공식
1. 절대 주의: 칼륨(Kalium)이 들어간 영양제
보통 '나트륨 배출에는 칼륨이 좋다'고 하여 바나나나 칼륨 영양제를 챙겨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혈압 약 중 'ACE 저해제'나 '안지오텐신 차단제(ARB)' 계열의 약물은 체내에서 칼륨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때 고함량 칼륨 영양제를 추가로 섭취하게 되면 체내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륨혈증(Hyperkalemia)'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육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되는 느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입술 주위의 저림 증상 등이 나타나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약효를 뻥튀기하는 자몽과 세인트존스워트
자몽 추출물이 들어간 다이어트 보조제나, 갱년기/우울증 완화에 쓰이는 허브인 '세인트존스워트'는 간 대사 효소(CYP3A4)에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몸의 간은 약물이 들어오면 이를 분해하여 적절한 농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몽의 특정 성분(푸라노쿠마린)은 이 분해 효소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결과적으로 분해되지 않은 약 성분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게 되어, 약을 한 번에 3~4알 먹은 것과 같은 강력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급격한 혈압 저하로 이어져 어지럼증과 낙상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3. 저혈압 위험을 높이는 혈관 확장 성분들
최근 남성 활력이나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해 '아르기닌(Arginine)'이나 '고용량 오메가3', '코엔자임 Q10'을 드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모두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혈액 순환을 돕는 훌륭한 기능을 합니다.
문제는 이 기능이 혈압강하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발생합니다. 혈압약으로 이미 혈관을 넓혀 놓았는데, 영양제가 한 번 더 혈관을 확장시키면 혈압이 목표치보다 훨씬 낮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잦다면, 현재 드시는 오메가3나 아르기닌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4. 올바른 섭취 가이드: 시간차가 답이다
그렇다면 혈압약 환자는 영양제를 아예 먹지 말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성분 확인과 시간차 복용만 지키면 됩니다.
| 구분 | 권장 사항 |
|---|---|
| 칼륨 영양제 | 의사와 상담 전 섭취 금지 (종합비타민 속 미량은 대체로 무방) |
| 홍삼 / 아르기닌 | 혈압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소량부터 시작 |
| 섭취 시간 | 혈압약 복용 후 최소 2~4시간 뒤에 영양제 섭취 |
마치며
'천연 성분이니까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약물과 영양제는 체내에서 복잡한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오늘 집에 있는 영양제 병 뒤편의 성분표를 확인해 보세요. 칼륨 함량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 자몽 농축액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체크하는 작은 습관이 여러분의 혈관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입니다.